"고삐풀린 시장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 필요" 22일, "글로벌 금융위기와 생명평화운동" 강연회 열렸다
10월 22일(수) 저녁 7시 장충동 한살림 5층 교육장에서 모심과 살림 연구소와 생명평화 '공명'(준)의 공동주최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생명평화운동"이라는 주제로 김영호 학장(유한대, 전 산업자원부 장관) 초청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강연회는 요즘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생명평화운동이 이에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김영호 학장은 거시적으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시대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첫번째로는 미국의 기축통화 시대에서 포스트-달러 시대로의 전환, 둘째로는 미국지배, 백인지배 시대의 종언과 비서양권의 대두, 셋째로는 인간 중심에서 탈인간 중심의, 생명 전체의 르네상스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요즘 진보진영에서 자주 논의하는 것처럼 이제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는 정말로 종말을 고한 것인가에 대해 김 학장은 미시적으로 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국제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단독투자은행은 사라지는 없이 아니라 기존의 상업은행으로 합병되고 있고, 지금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파생 금융상품을 없애자고는 하지 않고, 그에 대한 투명한 감시시스템을 만들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현실의 움직임은 단순히 신자유주의가 몰락으로 간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 학장은 신자유주의를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분리되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의합니다. 즉, "시장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가 사라진 고삐풀린 자본주의가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지금 상황은 거시적으로는 시장을 통제해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것이 분위기지만 미시적인 흐름은 더욱 복잡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계 시민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를테면 세계의 시민들이 은행과 같은 거대한 기관을 신뢰하여 금융상품들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금융기관만 지원하지 거기에서 손해를 본 시민들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김 학장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세계의 시민사회가 이에 대해 고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즉, 시장에 대해 민주주의의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김 학장은 생명평화운동과 관련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운동을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면 교토 의정서 체제와 같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문제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관심이 멀어지면서 거의 정지 상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는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조금만 더 진행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김 학장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명평화운동은 생물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전체 강연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질의 응답 시간에는 많은 분들이 열심히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몇 가지 질문만 정리해보자면 민주주의와 시장주의의 조화라는 것에 대해 좀더 설명해달라는 질문에는 민주주의의 통제가 심하면 자본의 해외도피 현상이 일어나고 통제가 없으면 시장의 횡포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화, 중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해주셨고, 대안경제의 중요성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소비,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책임 자본주의'의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하시면서 물론 이것이 주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해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난뒤에는 이 모임을 기점으로 생명평화운동 진영에서 대안적 사회체제적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들을 시작해야할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공명'에서 이러한 논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자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지난 10월 15일부터 '화쟁'에서는 '생명평화운동의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생명평화운동의 위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보기 위해 이전의 생명평화운동의 역사를 한번 정리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며 또 유익할 것 같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동의를 표하셨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귀농, 생협, 불교, 기독교 등의 분야별로 생명평화운동의 역사를 정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이번 화쟁 모임에는 김정지현, 오은영, 이규원, 이진천, 이근행, 주요섭, 정규호님이 참석하셨고, 모심과 살림 연구소의 윤형근님을 강사로 초빙하여 유영모, 함석헌 선생부터 <녹색평론>에 이르기까지 생명평화운동의 전사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형근님께서 생명평화운동의 역사를 워낙 간명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아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강연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글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강연의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008/10/14 - [공부방/자료스크랩] - 한국적 환경/생태담론으로서 생명사상의 흐름
3. 그래서 이번 화쟁 모임에 대한 리포트는 강연 내용을 전부 정리하기보다는 제 개인적인 느낌들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저로써는 생명평화운동의 역사를 이렇게 정리된 내용으로 배우는 기회가 처음이라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물론 다른 분들도 이런 내용들을 부분적으로 정리하는 기회는 있었지만 이렇게 한번에 정리해보는 기회는 처음이라고 말씀하기는 하셨습니다). 윤형근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을 생명평화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좀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는 유영모, 함석헌 선생과 같은 분들은 토착화 신학이라는 맥락에서 처음으로 접했었고, 윤노빈 선생은 월북한 철학자라는 분단상황의 상징으로, 프란츠 파농은 탈식민주의의 선구자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어떤 면에서는 생명운동의 단초들을 제시한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제 기존의 이해를 바꾸게 하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4. 윤형근님의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명운동은 당파적인 운동이다'라는, 즉 생명운동이 항상 시대불변적으로 정당한 운동이 아니라 특정한 맥락과 배경 속에서 나타난 운동이라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동안 생명운동에 대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생명운동은 '생명의 가치'라는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어떤 속성을 자신의 주장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왔었습니다. 물론 보편적인 가치들은 존재합니다. 생명 뿐만 아니라 자유, 평등, 해방과 같은 가치들 역시 보편적인 가치들이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가치들이 운동의 차원에서 혹은 담론의 층위에서 제기될 때에는 분명히 어떤 맥락과 배경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그러한 가치들을 통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는 시한이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5. '개성'이라는 가치를 예로 들어봅시다. 지난 70-80년대 한국은 근대화 과정 속에서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시행해왔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로 상징되는, 그러한 교육이 학생들의 '개성'을 죽이고 획일화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좀더 학생들의 개성을 살려낼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담론들이 융성하기 시작했지요. 물론 이는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개성들을 꽃피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교육운동이 지난 10여년간 이루어낸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처럼 '개성'이라는 가치가 어떤 의미에서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적인 맥락에서는 비판으로서 분명한 시한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6. 현재 2008년도라는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에 대해 한번 생각해봅시다. 요즘 학생들이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현재 개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그래야 하는 '윤리'에 오히려 가깝습니다. 기업들은 더이상 근면하고 성실한 인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끼가 넘치는' '튀는' 인재들을 원합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이제 공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잘 놀 줄도 알아야하고, 남들과는 다른 무엇을 갖추어야만 하며 심지어 초등학생 때부터 '창의력' 학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획일화의 폭력들은, 개성을 죽이는 구습들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여전히 두발, 교복, 일제고사와 같은 문제들이 항존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7. 그러나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성'이 여전히 보편적 가치로서 문제제기를 무조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냐고 평가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성'이라는 언어를 이미 자본주의가 탈취해서 자신들을 것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현재 '개성'을 가장 강조하고 찬미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블루오션' '혁신' '창조성'과 같은 단어들이 가장 남발되는 것은 오히려 CEO들의 책이 아닐까요? 우리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회사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자유분방한 복장에 마치 실험실처럼 꾸며놓은 개성 넘치는 사무실이라는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전히 아무런 맥락 없이 '개성'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것("우리 아이들이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주어야지요!")은, 그러한 '개성'을 또다른 자본 창출의 원천으로 만들어버린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8.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습니다. 사실 제대로 본론은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말이지요. 저는 앞서 설명드린 이러한 이야기를 '생명'이라는 가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생명'이라는 가치를 우리가 언제나 되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편안하고도 변치 않는, 항상 우리에게 비판과 대안의 원천이 되는 그러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생명'이라는 가치가 갖고 있는 보편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화'되는 맥락 속에서 운동이나 담론으로서 나타날 때는 분명히 그 가치가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의 시효가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윤형근님이 말씀하시는 생명운동의 '당파성'을 이러한 의미로 이해했고 그점에서는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다 못한 남은 이야기는 다음 번에 생명평화운동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또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9월 23일(화) 저녁 6시에 "생명평화운동의 사회화"를 모색하는 <생명평화 '공명'> 발기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발기인과 '공명'에 관심있는 분들(그외 아직 이름을 밝히기 어려운(?) 분들까지)이 20여명 정도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 한살림(장충동) 교육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발기인 모임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생명평화 '공명'>의 예능처장을 자처하시는 이진천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간단한 몸풀기로 김민기의 '천릿길'처럼 모든 분들이 잘 아시는 노래를 불렀을 뿐만 아니라 직접 작곡해오신 '공명'의 주제가 <울어, 울려>를 함께 배워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울어, 울려>는 아직 후렴구밖에 완성되지 않았지만 진천님의 제안처럼 '귀뚜라미'와 함께 이어 부르니 맞춤옷처럼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나중에 '공명' 발족식에는 주제가 전체를 완성해오신다고 하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는 참석하시는 분들이 서로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아무런 형식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자기 소개와는 달리, 마지막에 "나를 생명평화로 이끌어가는 근원이자 언제나 새 힘을 주는 샘은 ( )입니다"라는 문구를 공통으로 넣어서 소개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밥, 술, 아내, 남편, 친구, 나 자신과 같은 것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셨고 낮술과 같은 재미있고 색다른 답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1부에서는 "생명평화운동의 사회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간단한 대화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처음에 주요섭님이 <생명평화 '공명'>이 지금까지 어떻게 준비되어 왔는지 경과보고를 해주셨고 그뒤로 많은 분들의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몇몇 분들의 말씀을 옮겨보면 김용우님은 "생명평화운동이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에 대한 생명평화의 대안은 무엇인가? 일상의 삶에서 생명평화로 접근하는 프로세스와 구체적인 제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생명평화의 사회화인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유정길님은 "생명평화운동의 사회화라는 것은 아직 스스로가 생명평화운동이라는 것을 모르는 운동에게 도장을 찍어주고 스스로를 인지시켜주는 것,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생명평화운동 단체들이 자꾸 부딪치게 하여 서로 이해를 높이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것이 공명이 해야할 일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박현미님은 "생명평화운동이 항상 무겁고 짐이 많은 것 같은 무게감이 있는데 신명나는 일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사회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셨고, 정규호님은 "지금 오체투지가 진행 중인데 안타깝게도 사회적인 울림이 없는 것 같다. 사회화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자기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각성일텐데 이러한 것들을 풀어내야 할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외에도 여러 분들이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많은 말씀들을 해주셨습니다.
잠깐의 휴식 이후 2부에서는 발기인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규약안은 정식으로 발족하기 전에는 문서로 형식화하지 않고, 의사결정은 의견 수렴을 통한 공감과 동의를 원칙으로 하되 원할한 사업을 위해 실무중심의 운영진(작목반)을 구성하여 활동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나서 사업계획안을 검토하고, 예산안과 관련해서 우선 운영진인 작목반을 구성하고, 작목반에서 창립일정과 자산조성계획 등의 장기적인 재정운영계획안을 추후 빠른 시간 이내에 발의하여 발기인 전체의 동의를 구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김정지현님, 이근행님, 이규원님, 이진천님, 정규호님, 주요섭님을 공식적으로 작목반원으로 선출하고 발기인 회의를 마쳤습니다.
전체 발기인 모임은 거의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내내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뒷풀이도 매우 밤늦게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참석하신 분들께, 그리고 참석하지 못하셨더라고 마음으로 '공명'을 지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